다이아몬드 구매 가이드 프롤로그





영원히 변하지 않는 보석 다이아몬드

누구나 영화처럼 다이아몬드 반지로 청혼하는 (혹은 청혼받는) 상상을 한 번쯤은 했을 것이다. 멋진 뷰 아래서 로맨틱한 무드를 잡다 남자가 한쪽 무릎을 꿇고 반지 상자를 열면 여자 눈에는 눈물이 그렁 그렁하며 '좋아!'라고 외치는 장면 말이다.

나도 그럴 작정이었다. 여자 친구에게 정말 아름다운 다이아몬드 반지를 선물하고 싶었다. 반짝이는 다이아몬드 반지를 통해 우리 사랑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고, 주변에서는 정말 예쁘다며 입이 닳도록 칭찬해 줄 테니 말이다.

눈이 부실 정도로 반짝이는 다이아몬드는 아마도 여자 친구에게 할 수 있는 가장 값진 투자가 될 것이라 생각했다

종로의 어느 귀금속 상가

하지만 나는 좌절할 수밖에 없었다.

영화를 재현하기 위해 필요한 티파니 반지는 0.3부 다이아몬드 반지가 500만 원을 훌쩍 넘겼고, 그나마 저렴한 가격에 이끌려 종로를 가니 금붙이를 두른 상인들의 기세에 눌렸다. 마치 노량진 수산시장을 방문했을때의 그 압도감이랄까.

대부분의 상인들은 ‘예산 얼마 보고 오셨어요?' 라고 질문했고, 예산을 말하자 무작정 다이아몬드를 꺼내와 ‘오늘 맞추시면 할인해드릴게요’라며 나를 움찔하게 만들었다. 먼 옛날 중고차 매매단지에서 비슷한 수법으로 낚여 엉터리 차를 인수한 기억 탓이다.

사실 귀금속 상인의 최악의 한 수는 따로 있었다. 상인이 제시한 가격이 비싸 멈칫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아 이렇게 하면 저희 손해인데.. 20% 빼드릴게요. 대신 현금입니다’라고 능청스럽게 받아쳤다. 그러자 내 마음 속에서는 '대체 원래 가격을 얼마지? 처음부터 이 가격을 주면 되지 않았나?' 하며 의심이 생겨났다. 이윽고 더 이상 거래를 할 수 없다는 걸 느낀 채 밖으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이뿐만아니라 다이아몬드는 불친절했다.

그날 경험한 종로의 상인들은 당최 알아들을 수 없는 암호같은 기준과 등급을 줄줄이 나열하며, 어느정도는 사야만 좋은 다이아몬드를 고를 수 있다고 했다. 문제는 해당 등급의 다이아몬드의 시세를 알 수가 없고, 또 등급마다 퀄리티가 다름에도 실제로 볼 수가 없어 상인들의 말을 무조건 따라야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구매하는 다이아몬드의 가격이 싼지 비싼지 전혀 모를 수 밖에 없었다.

이러니 가격 결정권은 당연하게도 상인들에게 있었고, 설령 누군가 나에게 바가지를 씌워도 영영 몰랐을 것이었다. 정말 안 좋은 일이 생겨 다이아몬드 반지를 중고로 팔기 전까진 말이다. 아무래도 수백만원이나 되는 큰돈을 무지한 채 투자를 할 수는 없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나는 리서치를 시작했다.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 다이아몬드 시장을 살펴보았고, 수많은 자료들을 섭렵하며, 좋은 다이아와 나쁜 다이아 기준을 익혀나갔다. 그리고 많은 것을 깨달았다. 대다수의 우리나라 사람들은 다이아몬드를 잘못 구매한다는 사실이다.

네이버나 구글에 다이아몬드 구매 팁을 검색해보면 사람들은 다이아몬드 등급에 연연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선택이다. 다이아몬드 등급이 가격에 많은 영향을 끼치지만, 사실 그게 전부가 아니기 때문이다.

다이아몬드는 천연물이므로 공기청정기처럼 스펙만 보고 구매할 수 없다. 같은 1등급 등심이라도 상태에 따라 가격이 다르듯이 다이아몬드도 그렇다. 사람들이 많이 구매하는 F컬러 SI등급 3EX 다이아몬드도 보증서에 따라 혹은 다이아몬드 퀄리티에 따라 가격이 정말 천지차이였다.

과연 소비자가 이 차이를 어떻게 알 것인가? 우리는 확대경을 들고 다니지 않으며, 판매 상인도 확대경을 제공하지 않는다. 심지어 명품 브랜드에서도 말이다. 만에 하나 상인들이 나쁜 생각만 마음을 먹으면 바가지를 씌어도 아무도 모를 셈이다. 실제로 해외에서는 다이아몬드 가격을 높게 받는 사기가 넘쳐났고, 한국도 자유로울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이아몬드 원석

다이아몬드, 누구나 합리적으로 구매할 수 있다.

다이아몬드는 원체 복잡하다. 그래서 깐깐한 한국 소비자들에게도 아직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있다. 하지만 우리는 뭐든지 인터넷에 참된 정보가 있다고 믿으며 네이버 최저가로 비교하며 사는 합리적 쇼퍼들 아닌가.

다이아몬드 역시 정보만 제대로 알면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 앞으로 연재될 글에는 다이아몬드의 정보와 합리적으로 구매하는 팁을 다량으로 쓸 생각이다.

이는 나와 같은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비 신랑, 신부를 포함한 다이아몬드에 관심 있는 모두에게 도움을 주기 위함이다. 또 행여나 여자 친구가 이 글을 발견한다면 '너에게 청혼하기 위해 이정도 공을 들였다'라며 어깨를 으쓱할만한 거리도 되지 않을까?

앞으로 연재할 다이아몬드 포스팅에 몇몇의 판매자들은 불편할지도 모른다. (정보의 불균형은 돈이 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최대한 사실을 전달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시장이 보다 투명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무엇보다 다이아몬드를 원하는 모든 사람들이 자신에게 맞는 다이아몬드를 합리적으로 골라 좋은 추억을 가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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